쌀겨로 SPF를 높인다, Vizor의 NS SolaRYZE가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 던진 변수
자외선 차단제는 화장품 카테고리 중 가장 까다로운 포뮬러다. 활성 성분(예: 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을 충분히 넣어야 SPF 수치가 나오는데, 그만큼 백탁 현상, 거친 발림성, 알레르기 위험이 커진다. 4월 14~16일 파리 in-cosmetics Global 2026에서 Vizor가 공개한 NS SolaRYZE가 이 딜레마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했다.
NS SolaRYZE가 무엇인가
Vizor가 공개한 신규 성분 NS SolaRYZE는 유기농 쌀겨(rice bran) 추출물 기반의 SPF 부스터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1% 농도로 사용 시 산화아연(zinc oxide) 또는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과 조합했을 때 SPF 수치를 10단위 추가로 높인다.
쉽게 말해, SPF 30이 나오던 포뮬러에 NS SolaRYZE 1%를 추가하면 SPF 40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활성 성분 자체를 더 넣지 않고도 차단력을 끌어올린다는 점이 핵심이다.
SPF 부스터라는 카테고리
SPF 부스터는 자외선을 직접 흡수하지는 않지만 자외선 차단 활성 성분의 효율을 높이는 보조 성분이다. 작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광 산란(light scattering) 강화. 활성 성분이 분산된 매트릭스의 굴절률을 조정해 자외선이 피부에 도달하기 전에 더 많이 산란되도록 한다.
둘째, 자유 라디칼 포착. 자외선이 피부에 일부 도달했을 때 발생하는 산화 손상을 항산화제가 잡아 실효 보호력을 높인다.
셋째, 활성 성분의 균일 분산. 산화아연 입자가 클럼프(뭉침)를 형성하지 않고 균일하게 분포하도록 도와 표면 커버리지를 높인다.
쌀겨 추출물은 이 세 가지 중 첫째와 둘째 메커니즘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겨에는 감마-오리자놀(γ-oryzanol), 페룰산(ferulic acid), 토코트리에놀(tocotrienol) 등 강력한 항산화 화합물이 풍부하다.
자외선 차단제 포뮬러의 부담
기존 SPF 50+ 포뮬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산화아연 20~25% 또는 이산화티타늄 10~15%를 넣어야 한다. 이 농도는 백탁 현상, 거친 마무리, 모공 막힘 등 여러 부작용을 동반한다.
미국과 한국 시장의 큰 차이가 여기에 있다. 미국 FDA는 자외선 차단제 활성 성분을 OTC 약품으로 분류하고 신규 성분 승인이 매우 까다로워서 산화아연·이산화티타늄·옥시벤존·아보벤존·옥티노세이트 등 1990년대부터 사용하던 성분을 그대로 쓴다. 한국 식약처는 화학 자외선 차단제 신규 성분을 더 빠르게 승인해 2010년대 이후 출시된 성분이 많다(예: Tinosorb S, Tinosorb M, Uvinul A Plus).
이 차이가 K-뷰티 자외선 차단제가 글로벌에서 호평받는 한 가지 이유다. 한국 제품은 더 가벼운 발림성과 더 깨끗한 마무리를 구현할 수 있다.
NS SolaRYZE 같은 부스터는 이 격차를 다른 방식으로 메우는 도구다. 활성 성분 농도를 낮추고 부스터로 SPF 수치를 보완하면 백탁과 무거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천연 유래라는 마케팅 포인트
쌀겨 기반이라는 점도 시장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클린 뷰티 트렌드는 합성 부스터(부틸 옥타살리실레이트 등)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키워왔고, 천연 유래 부스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옵션은 토코페롤(비타민 E), 비스아볼올(카밀러 추출), 알란토인(밀 추출) 정도였다.
쌀겨는 동아시아 식문화의 부산물로 글로벌 공급이 안정적이고, 유기농 인증도 비교적 쉽다. 쌀 가공 산업의 폐기물을 화장품 원료로 업사이클링한다는 지속가능성 스토리도 가능하다.
임상 데이터의 종류
Vizor가 공개한 “1%에서 SPF 10단위 추가”라는 수치가 어떤 시험 방법으로 측정된 것인지가 핵심이다. SPF 측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in vivo SPF (인간 등 피부에 도포 후 자외선 조사). ISO 24444 표준 방법으로, FDA·식약처·EU 모두 이 방법으로 측정한 SPF만 라벨에 표시할 수 있다.
둘째, in vitro SPF (인공 피부 또는 PMMA 플레이트에 도포 후 측정). ISO 24443 표준 방법으로, 빠르고 저렴하지만 라벨 표시는 불가능하다.
부스터 마케팅에서 종종 in vitro 데이터를 in vivo와 같은 무게로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Vizor의 데이터가 어느 쪽인지는 in-cosmetics 발표에서 명시되지 않았다. 화장품 브랜드가 NS SolaRYZE를 라이선싱해 완제품을 출시할 때, 표시 SPF는 그 브랜드가 별도로 in vivo 시험을 진행해 얻은 수치여야 한다.
한국 소비자 입장 메모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 SPF 수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도포량과 재도포다. SPF 50과 SPF 30의 보호력 차이는 표시 수치보다 작다(SPF 30은 UVB의 약 97%, SPF 50은 약 98% 차단). 그러나 도포량이 표준의 절반(1mg/cm² 이하)이면 실효 SPF가 표시 SPF의 약 25%까지 떨어진다.
NS SolaRYZE 같은 부스터가 실용적으로 의미 있는 시점은 두 가지다. 첫째, 같은 SPF 수치를 더 가벼운 텍스처로 구현해 사용자가 충분한 양을 바를 가능성을 높일 때. 둘째, 부스터의 항산화 효과가 자외선이 차단망을 뚫고 들어왔을 때의 산화 손상을 추가로 잡을 때.
쌀겨 부스터가 K-뷰티 자외선 차단제 카테고리에 어떻게 들어올지는 향후 6~12개월 안에 가시화될 것이다. 한국 자외선 차단제 시장은 글로벌에서 가장 빠르게 신소재를 흡수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