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속 항산화 성분, 28일 만에 피부 탄력과 주름을 바꿨다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레드와인, 블루베리, 포도껍질에 들어 있는 항산화 폴리페놀로, 노화 관련 연구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레스베라트롤의 구조를 조금 바꾼 유도체, 프테로스틸벤(Pterostilbene, 블루베리 등에 존재하는 스틸벤류 폴리페놀)이 피부과학 분야에서 조용히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5년 《Journal of Dermatologic Science and Cosmetic Technology》에 발표된 임상시험은 이 성분의 피부 노화 개선 가능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줬습니다. 3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28일간 진행된 이중맹검, split-face(얼굴 반쪽씩 다른 제품 적용) 설계 연구입니다.
28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나
연구진이 사용한 측정 도구들은 피부과 임상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장비들입니다. Cutometer® MPA580로 탄력을, VISIA®-CR과 PRIMOS™ CR로 주름 면적과 볼륨을, SUPERVISION-780 2광자 현미경으로 표피 구조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p<0.05, 즉 통계적으로 우연이 아닌 수준의 변화였습니다.
탄력과 경도
피부 탄력 지표인 R2 수치가 유의미하게 높아졌고, 경도를 나타내는 F4도 개선됐습니다. 피부가 눌렸다가 되돌아오는 힘이 세졌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줄어들면서 피부는 눌린 자국이 천천히 돌아오거나 아예 자국이 남게 됩니다. 이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그 회복력이 나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주름 면적과 볼륨
이마 주름의 면적과 볼륨이 감소했고, 눈밑 주름 면적도 줄었습니다. 눈꼬리 까마귀발 주름(눈 바깥쪽 방사형 잔주름)의 면적 비율도 낮아졌습니다.
피부 표면 질감
ELCOR(피부 표면 균일성 지표)가 개선됐고, 모공 크기도 줄었습니다. 피부결이 고르게 정돈됐다는 뜻입니다.
현미경이 포착한 피부 속 변화
가장 흥미로운 데이터는 SUPERVISION-780 2광자 현미경으로 본 표피 내부 변화입니다.
표피 두께가 증가했습니다. 피부 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표피 얇아짐인데, 이 수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콜라겐 강도도 높아졌고, 탄성 섬유(엘라스틴) 형광 신호도 증가했습니다. 표피와 진피가 만나는 경계면인 DEJ(진피-표피 연결부) 면적이 넓어졌고, SAIID(피부 노화 내부 지수)도 개선됐습니다.
피부 겉에서 보이는 변화와 피부 속 구조적 변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프테로스틸벤이 레스베라트롤과 다른 이유
레스베라트롤은 이미 항노화 스킨케어 성분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프테로스틸벤은 레스베라트롤의 히드록실기(-OH) 두 개가 메톡시기(-OCH₃)로 치환된 구조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성질을 크게 바꿉니다.
지용성이 높아져 피부 각질층(외부 보호막)을 더 효율적으로 통과합니다. 경구 섭취 시 생체이용률은 레스베라트롤의 약 20%에 비해 프테로스틸벤은 ~80%로 약 4배 차이가 납니다. 피부에 바르는 국소 적용에서도 흡수 효율이 더 높을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합니다.
기전 측면에서는 SIRT1(시르투인-1, 세포 노화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 활성화, 항산화, 항염 작용이 보고돼 있습니다. 피부에서 이런 경로가 활성화되면 콜라겐 분해를 유도하는 MMP(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 억제, 세포 손상 회복, 염증성 노화 신호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디서, 얼마나 쓰이나
연구에서 사용한 농도는 0.1% 에멀젼입니다. 상업적으로 프테로스틸벤은 아직 레스베라트롤에 비해 적용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주로 0.1~0.5% 농도 범위에서 단독 또는 다른 폴리페놀과 함께 배합됩니다.
성분이 담긴 식품으로는 블루베리가 대표적이지만, 블루베리를 아무리 먹어도 피부에 0.1% 농도로 국소 적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경로와 농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존 레티놀, 나이아신아마이드, 비타민C 루틴을 사용하고 있다면, 프테로스틸벤 함유 제품을 보습 단계나 세럼 단계에서 추가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레스베라트롤 계열 항산화 성분과 구조가 비슷하므로, 레스베라트롤 제품을 쓰고 있다면 중복 점검이 필요합니다.
연구의 배경
이번 연구는 광저우 루안잉 코스메틱(Guangzhou Luanying Cosmetics)의 Zhiyuan Chen과 칭화대학 주강삼각주 연구원/Vitargent의 Xueping Chen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저널은 Journal of Dermatologic Science and Cosmetic Technology(DOI: 10.1016/j.jdsct.2025.100083)에 게재됐습니다.
31명이라는 샘플 크기는 탐색적 임상시험 수준이며, 장기 효과와 다양한 피부 타입에 대한 확인은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2광자 현미경을 통한 피부 구조 내부 변화 확인은 이번 연구를 표면적 평가에 그치지 않도록 만드는 데이터입니다.
프테로스틸벤이 레스베라트롤보다 좋은 이유가 있나요? 구조적으로 레스베라트롤의 디메틸화 유도체입니다. 덕분에 지용성이 높아 피부 흡수가 잘 되고, 혈중 생체이용률도 레스베라트롤(~20%)의 약 4배인 ~80%에 달합니다. 같은 효과를 기대할 때 더 적은 양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28일이면 정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나요?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이마 주름 볼륨, 눈밑 주름 면적, 눈꼬리 까마귀발 주름 모두 p<0.05 기준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기계 측정 기준이며, 개인차는 있습니다.
프테로스틸벤은 어떤 식품에 많이 들어 있나요? 블루베리가 대표적이며, 빌베리, 포도 껍질, 아몬드 껍질에도 소량 함유됩니다. 단, 식품으로 섭취하는 양은 스킨케어 제품의 국소 적용 농도(0.1%)와 전혀 다른 경로이므로 동일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