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대학 '슈퍼 펩타이드', 피부가 스스로 복구하도록 속이는 기술
피부는 끊임없이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를 복구합니다. 그런데 이 ‘감지’ 신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피부를 ‘속인다’는 것의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피부가 손상을 입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처를 내지 않고, 신호만 보내는 방식입니다.
피부가 손상을 감지하면 자연스럽게 콜라겐(collagen)과 피브릴린(fibrillin) 합성을 늘립니다. 콜라겐은 피부의 구조적 탄력을 담당하는 단백질이고, 피브릴린은 이 콜라겐 섬유를 지지하고 피부 조직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두 단백질 모두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피부가 얇아지고 처지게 됩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두 가지 합성 테트라펩타이드(아미노산 4개로 이루어진 짧은 단백질 사슬), pal-GPKG와 pal-LSVD는 이 복구 신호를 흉내 냅니다. 이른바 ‘매트릭스 유래 슈퍼 펩타이드 블렌드’로 명명된 이 성분은 현재 특허 출원 중입니다.
머신러닝이 찾아낸 두 개의 서열
수천 개의 펩타이드 조합 중에서 단 두 개의 서열을 골라낸 것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피부 세포에 실질적인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열을 추려냈고, 그 결과가 pal-GPKG와 pal-LSVD였습니다.
이 두 성분을 조합해 적용했을 때, 50개 이상의 피부 핵심 단백질 발현이 증가했습니다. 콜라겐과 피브릴린을 포함한 세포외기질(피부 세포 사이를 채우는 구조적 틀) 전반에 걸친 변화였습니다. 기존 안티에이징 성분들이 특정 단백질 한두 개에 집중했다면, 이번 접근은 피부 복구 네트워크 전체를 활성화하는 방향입니다.
또 다른 주목할 수치는 침투율입니다. 연구팀은 이 펩타이드 블렌드가 기존 제형 대비 50% 더 깊이 침투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리 좋은 성분도 피부 깊은 층까지 닿지 못하면 효과가 제한되는데, 이 점을 설계 단계부터 고려했습니다.
민감성 피부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현재 안티에이징 화장품에서 가장 검증된 성분 중 하나는 레티노산(retinoic acid, 레티놀이 피부에서 변환되는 활성 형태)입니다. 피부 재생을 강력하게 유도하지만, 자극이 강해 민감성 피부나 임신 중 사용이 어렵습니다.
슈퍼 펩타이드는 같은 복구 경로를 활성화하면서도 자극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연구팀은 민감성 피부에도 적합하다고 밝혔습니다. 레티놀의 효과를 원하지만 자극이 부담스러운 경우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성분입니다.
연구 배경과 상용화 경로
이 기술은 맨체스터 대학 생화학 교수 마이크 셰라트(Mike Sherratt)와 현재 웰컴 생어 연구소에 재직 중인 마티스 오졸스(Matiss Ozols) 박사가 주도했습니다. 리버풀 대학의 소재혁신팩토리(Materials Innovation Factory)도 연구를 지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5편의 동료 심사 논문으로 발표되었고, 추가 논문이 고영향력 저널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피부과학회 연례 학술대회(AAD Annual Conference, 루이지애나)에서 발표되었으며, 영국 피부과 조사 학회(BSID, 글래스고)와 국제 피부과 연구 학회(ISID, 도쿄)에서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상용화는 No7 스킨케어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됩니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피부 과학이 향하는 방향
이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성분 하나가 등장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피부 자체의 복구 언어를 해독하고, 그 신호를 인공적으로 재현한다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머신러닝으로 수천 개의 후보를 스크리닝하고, 침투율 설계까지 포함한 이 파이프라인은 성분 개발의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피부가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느려집니다. 그 속도를 되살리는 방법을 외부에서 찾기보다, 피부 내부의 신호 체계를 활용하는 방향이 다음 세대 안티에이징의 윤곽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 펩타이드는 레티놀과 어떻게 다른가요?
레티노산(레티놀의 활성 형태)은 피부 재생에 효과적이지만 자극이 강해 민감성 피부에는 사용이 어렵습니다. 슈퍼 펩타이드는 같은 '재생 신호'를 유발하면서도 자극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 펩타이드 화장품과의 차이점은?
기존 펩타이드는 주로 콜라겐 생성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지만, 이번 기술은 콜라겐뿐 아니라 피브릴린을 포함한 50개 이상의 피부 단백질 발현을 동시에 증가시킵니다. 침투율도 기존 대비 50% 높게 설계되었습니다.
언제 제품으로 출시되나요?
No7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으며, 상용화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5편의 동료 심사 논문이 발표되었고, 추가 논문이 고영향력 저널에 제출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