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뒷면이 달라진다, 캐나다 향료 알레르겐 24종 의무 표시 시작
SCIENCE

화장품 뒷면이 달라진다, 캐나다 향료 알레르겐 24종 의무 표시 시작

By Hana · · REACH24H / Health Canada
KO | EN

화장품 뒷면의 전성분 표기는 오래된 습관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거기에 적히는 내용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뀌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12일, 캐나다는 화장품 향료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 24종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합니다. 단순히 “향료(Parfum/Fragrance)“라고 뭉쳐 표기하던 방식 대신, 어떤 향료 성분이 특정 농도 이상 들어 있는지 낱낱이 적어야 합니다.

왜 ‘향료’라는 한 단어가 문제였나

화장품 성분표에서 “Fragrance” 또는 “Parfum”은 수십 가지 화학 성분을 한 단어로 숨기는 카테고리입니다. 향료를 구성하는 원료들은 대부분 영업 기밀로 보호받아 왔고, 소비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 리모넨(limonene), 리날로올(linalool), 시트로넬롤(citronellol) 같이 피부에 자극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접촉성 피부염(피부가 직접 닿아 생기는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 중 향료는 지속적으로 상위에 오릅니다. 바디로션을 바르고 팔 안쪽이 붉어진 경험, 헤어 미스트를 뿌린 후 목 주변이 가려웠던 경험이 있다면, 향료 성분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월 12일부터 달라지는 것

이번 규정의 핵심은 농도 기준입니다.

씻어내는 제품(rinse-off, 클렌저, 샴푸, 바디워시 등): 알레르겐 성분이 전체 제형의 0.01%를 초과하면 이름을 표기해야 합니다.

남겨두는 제품(leave-on, 로션, 크림, 세럼, 향수 등): 더 낮은 기준인 0.001% 초과부터 표기 의무가 생깁니다.

기준이 다른 이유는 피부 접촉 시간에 있습니다. 씻어내는 제품은 짧게 닿은 후 물로 제거되지만, 남겨두는 제품은 피부에 계속 머물며 성분이 흡수될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만큼 더 낮은 농도에서도 표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8월 1일, 목록이 81종으로 늘어난다

4월 시행은 시작점입니다. 2026년 8월 1일부터는 신규 출시되는 제품에 한해 표시 의무 대상 알레르겐이 81종으로 확대됩니다. 24종에서 출발해 세 배 넘는 항목이 추가되는 것으로, 더 폭넓은 향료 성분이 소비자에게 공개됩니다.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8월 이후 새로 구매하는 제품의 성분표를 살펴보는 것이 달라집니다. 지금껏 “Fragrance” 뒤에 숨어 있던 성분들이 하나씩 이름을 드러내게 됩니다.

대표적인 향료 알레르겐, 이런 성분입니다

24종에 포함되는 향료 알레르겐 중 일상 제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리모넨(Limonene): 감귤류 과일 껍질에서 추출하는 향 성분. 상쾌한 시트러스 향의 원료로 클렌저, 샴푸, 바디워시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공기 중에서 산화될수록 알레르겐 활성이 높아집니다.

리날로올(Linalool): 라벤더, 계피, 민트 등에서 발견되는 향 성분. “천연” 향기를 표방하는 제품에도 많이 들어 있어 천연이라고 무조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트로넬롤(Citronellol): 장미, 제라늄에 많이 포함된 성분. 모기 퇴치제에도 쓰이며, 화장품에서는 플로럴 계열 향기를 낼 때 사용됩니다.

유제놀(Eugenol): 정향(clove)에서 추출하는 성분으로 따뜻하고 스파이시한 향기를 냅니다. 치과 치료에 사용될 만큼 살균 성능이 있지만,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빈도도 높은 편입니다.

신나밀알코올(Cinnamyl Alcohol): 계피 향 계열의 성분. 향수와 스킨케어 모두에서 발견됩니다. 피부 패치 테스트(피부 일부에 소량 바른 후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는 비율이 비교적 높습니다.

이들 성분은 “천연 유래”인 경우도 많아, 합성 향료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은 틀릴 수 있습니다. 이름이 공개되어야 본인이 반응하는 성분을 파악하고 피할 수 있습니다.

북미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의 이번 조치는 2026년 화장품 규제 변화의 일부입니다. 미국은 조금 다른 속도로 가고 있습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원래 2025년에 향료 알레르겐 표시 의무화를 도입하려 했지만, 시행 시점을 2026년 5월로 미뤘습니다.

한편 미국 일부 주들은 연방 규정과 별개로 움직입니다. Maine과 Vermont는 2026년 1월 1일부터 화장품에 의도적으로 PFAS(과불화화합물, 분해가 잘 안 되는 화학물질군으로 건강 위험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를 첨가하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Connecticut은 2026년 7월 1일부터 PFAS 라벨 표기와 사전 신고를 의무화합니다. 캘리포니아 Prop 65(유해물질 경고 표시 의무)에는 2026년 중 비닐아세테이트, BPS 등 새 물질이 추가됩니다.

규제가 지역마다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 복잡한 과제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점점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민감성 피부라면 지금 할 수 있는 것

성분표 읽기가 갑자기 어려워진 것은 아닙니다. 4월 이후 캐나다 시장 제품의 라벨을 보면 기존에 “Parfum”이라고만 적혀 있던 자리 옆에 새로운 성분 이름들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부 반응이 걱정된다면 몇 가지 확인 포인트가 있습니다. 클렌저나 샴푸처럼 매일 쓰는 씻어내는 제품부터 점검합니다. 로션이나 크림처럼 바른 후 남아 있는 제품은 더 낮은 기준이 적용되므로 성분 변경이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새 제품을 처음 쓸 때는 손목 안쪽에 소량 발라 24시간 기다리는 패치 테스트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향료 알레르겐 성분 24종, 그리고 곧 81종의 이름이 라벨에 등장하는 것은 단순한 규제 숫자가 아닙니다. “향료”라는 한 단어 뒤에 있던 것들이 드디어 이름을 갖게 되는 변화입니다.


Q. 알레르겐 표시 의무화가 나와 관련 있나요? 향료 알레르기가 없으면 신경 안 써도 되나요?

향료 알레르기는 접촉성 피부염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성분 표시가 늘어나면 원인 성분을 추적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민감성 피부거나 특정 제품을 바르고 자극이 느껴진 적 있다면 리스트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Q. 씻어내는 제품(rinse-off)과 남겨두는 제품(leave-on)의 기준이 왜 다른가요?

피부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성분이 흡수되거나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클렌저나 샴푸는 짧은 시간 접촉 후 씻겨나가므로 0.01% 초과 시 표시, 로션이나 크림처럼 바른 채로 유지되는 제품은 더 낮은 농도인 0.001% 초과 시 표시가 필요합니다.

Q. 8월 1일 이후에는 기존 제품도 모두 바뀌나요?

2026년 8월 1일부터는 신규 출시 제품에 81종 알레르겐 표시 의무가 적용됩니다. 기존에 유통 중인 제품은 즉시 모두 바뀌지는 않습니다. 라벨이 바뀐 신제품인지 확인하거나, 브랜드 공식 사이트에서 전성분을 확인하는 방법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