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에서 꺼낸 모발 글리코겐, PhytoSpherix가 in-cosmetics Global 2026에서 공개됐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진다는 것은 대부분 모낭 세포의 에너지 대사가 느려진다는 신호입니다. 샴푸를 바꾸거나 두피 마사지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근본 원인에 닿지 않습니다. 스위스 바이오텍 기업 미벨 바이오케미스트리(Mibelle Biochemistry)가 파리 in-cosmetics Global 2026에서 공개한 PhytoSpherix는 그 지점에 직접 개입하는 원료입니다.
글리코겐을 모발에 공급한다는 뜻
글리코겐(glycogen)은 포도당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연결된 다당류(여러 당분자가 이어진 복합 당)로, 세포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형태입니다. 간이나 근육에서 흔히 이야기되지만, 모낭 세포도 글리코겐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모발이 자라는 성장기(anagen phase)에는 모낭 세포의 대사 활동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장기가 단축되고, 모발이 가늘어지며, 탈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PhytoSpherix는 옥수수(corn)에서 추출한 식물성 글리코겐을 원료로 사용합니다. 식물계에서도 글리코겐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다당류가 존재하는데, 미벨은 옥수수에서 이 성분을 정제하고 모발 적용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공했습니다. 동물 유래 원료 없이 동일한 에너지 공급 기전을 재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세 가지 작용 방향
미벨 바이오케미스트리가 제시한 PhytoSpherix의 효과는 세 축으로 나뉩니다.
모발 풍성함(hair fullness): 모낭 세포에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면 모발 섬유 자체가 더 굵고 탄탄하게 형성됩니다. 볼륨이 없어 납작하게 눌리는 모발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모낭 에너지 대사 지원은 외부 볼륨제보다 구조적인 접근입니다.
모발 성장(hair growth): 모낭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가집니다. 에너지 대사가 활발하게 유지될수록 성장기가 길어지고, 휴지기로 빨리 넘어가는 것을 늦출 수 있습니다. PhytoSpherix는 이 사이클을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지탱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모발 수명 연장(hair longevity): 피부 분야에서 ‘스킨 롱제비티(skin longevity)‘가 주요 화두가 된 것처럼, 모발에서도 단순 성장 촉진이 아닌 모발 자체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PhytoSpherix의 세 번째 작용 방향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모든 모발 유형, 모든 컬러
PhytoSpherix가 설계 단계에서 강조한 범용성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헤어케어 원료 중에는 특정 모발 타입, 예를 들어 건성 모발이나 자연 모발에만 최적화된 성분이 많습니다. 염색이나 탈색 처리를 받은 모발, 퍼머나 열 스타일링으로 손상된 모발은 별도의 특수 포뮬레이션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벨은 PhytoSpherix가 모발 유형과 컬러 처리 여부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 샴푸, 트리트먼트, 두피 세럼 등 다양한 제형에 별도의 조정 없이 통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in-cosmetics Global 2026에서 동시에 공개된 다른 원료들
PhytoSpherix는 미벨 바이오케미스트리 단독이 아니라, in-cosmetics Global 2026 전시장 전반에 걸쳐 공개된 9개 신원료 중 하나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주목받은 원료로는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AlgaSurge: 클라리언트 산하 Lucas Meyer Cosmetics가 공개한 붉은 미세조류 유래 황산화 다당류입니다. 히알루론산(HA)의 보습 기능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연어 DNA 유래 세포 재생 성분)과 유사한 경로를 자극하는 비건 대안으로 설계됐습니다. 90명 임상에서 히알루론산 대비 주름 개선 67%, 탄력 57%, 광채 34% 더 높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Intensilk: 칼로리 제한(caloric restriction) 모방 성분으로 소개된 원료입니다. 칼로리 제한은 세포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Intensilk는 실제로 칼로리를 줄이지 않고도 세포 수준에서 유사한 신호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모발과 피부 노화 접근 모두에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세 원료 모두 바이오테크 기반의 식물성 또는 해양 유래 원료라는 점, 그리고 단순 기능성이 아니라 세포 대사와 노화 기전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2026년 헤어케어와 스킨케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바이오테크 원료가 헤어케어에 들어오는 흐름
피부과학에서는 이미 수년간 바이오테크 유래 원료가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히알루론산, 펩타이드, 성장인자 유사 성분 등이 대표적입니다. 헤어케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이 흐름이 늦었는데, in-cosmetics Global 2026은 이 간극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이었습니다.
두피와 모낭을 피부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스킨케어에서 검증된 세포 대사 지원, 항산화, 에너지 공급 개념이 헤어케어 포뮬레이션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PhytoSpherix는 이 흐름의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식물성 글리코겐이라는 소재 자체가 익숙하지 않지만, 에너지 저장과 공급이라는 기전은 피부 세포 대사에서 이미 다뤄진 개념입니다.
소비자에게 닿는 시점
PhytoSpherix는 현재 B2B 원료 단계입니다. in-cosmetics Global은 소비자 박람회가 아니라 화장품 포뮬레이터와 브랜드 R&D팀이 참가하는 원료 전문 전시회입니다. 미벨 바이오케미스트리가 이 자리에서 원료를 공개했다는 것은, 이제 관심 있는 브랜드들이 자사 샴푸, 두피 세럼, 트리트먼트에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헤어케어 제품 개발 주기를 고려하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첫 상용 제품은 이르면 2026년 하반기, 본격적으로는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제품은 없지만, 성분표에서 ‘식물성 글리코겐’ 또는 ‘PhytoSpherix’가 표기된 헤어케어 제품이 등장할 때, 이 원료가 어떤 기전으로 작동하는지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은 다릅니다. 모발 에너지 대사 지원이라는 접근이 앞으로 헤어케어 성분 라벨에서 점점 더 자주 등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