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투라 비세, 엑소좀 기술을 크림 한 통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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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투라 비세, 엑소좀 기술을 크림 한 통에 담았다

By Sophie · · Personal Care Ins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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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술이 화장품 매대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스페인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나투라 비세(Natura Bissé)가 에센셜 쇼크 레볼루션 프로-엑소 콜라겐 크림을 165달러에 출시했습니다. 단순한 신제품 발표가 아닙니다. 이 크림은 재생 의학(세포와 조직을 복원하는 의학 분야)에서 쓰이던 엑소좀 개념이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 본격 진입한 신호탄입니다.

엑소좀은 왜 갑자기 주목받나

엑소좀(세포가 분비하는 미세 캡슐로,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은 수년 전부터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재생 시술에서 줄기세포 치료 보조 성분으로 쓰여왔습니다. 그러다 2025년 말부터 이 개념이 소비재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기준 엑소좀 관련 검색량은 1년 만에 81% 증가했고, 세포 재생을 돕는 DNA 유래 성분인 PDRN 검색량은 700%나 폭등했습니다.

K-뷰티가 이 흐름을 먼저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엑소좀 관련 뷰티 제품 매출이 37.2% 성장해 2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는 NielsenIQ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제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이 같은 방향을 좇고 있습니다.

프로-엑소 프로틴 시스템이 하는 일

나투라 비세가 이 크림에 탑재한 핵심 기술은 프로-엑소 프로틴 시스템(Pro-Exo Protein System)입니다. 엑소좀 자체를 크림에 담기는 어렵습니다. 엑소좀은 살아있는 세포에서만 기능하고, 제품에 안정적으로 담아두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시스템은 엑소좀이 피부에 전달하는 재생 신호, 즉 성장인자(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펩타이드(세포 활성을 유도하는 짧은 아미노산 체인), 바이오엔지니어링 단백질을 결합한 방식으로 그 효과를 모방합니다.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피부 탄력(suppleness, 피부가 눌렸을 때 되돌아오는 탄성)과 밀도(density, 피부 내부가 꽉 차 있는 정도). 나이가 들면서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줄어들면 피부는 얇아지고 쳐집니다. 프로-엑소 크림은 이 과정에 개입해 피부 자체의 콜라겐 생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재생 스킨케어가 새로운 기준이 되는 이유

이 제품이 흥미로운 건 나투라 비세 한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6년 스킨케어 시장 전반에서 재생 의학 개념을 끌어온 성분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장인자, 줄기세포 유래 성분, 바이오엔지니어링 펩타이드가 ‘효과 있는 성분’의 새 기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10단계 루틴(여러 제품을 순서대로 레이어링하는 방식)이나 단일 성분 집착(레티놀만, 비타민C만)은 눈에 띄게 힘을 잃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더 많은 단계’가 아니라 ‘더 정밀한 결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165달러짜리 크림이 의미하는 것

나투라 비세의 프로-엑소 크림은 클리닉 시술(피부과의 엑소좀 주사, PRP 시술 등)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비슷한 개념에 접근하는 진입점을 제공합니다. 물론 시술의 침투 깊이나 농도를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생 의학의 언어와 논리가 처음으로 데일리 루틴 안으로 들어왔다는 경험 자체가 달라진 지점입니다.

럭셔리 스킨케어의 다음 경쟁은 성분 이름이 아니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재생’을 설명하는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