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아 태반에 쌓인 미세플라스틱, 혈액보다 진한 농도가 의미하는 것
임신 중 태반은 태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경계 역할을 합니다. 영양을 전달하고,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고, 면역 신호를 조율합니다. 그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혈액보다 더 높은 농도로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2025년 1월 나왔습니다. 특히 만삭 전에 태어난 조산아의 태반에서 농도가 더 높았다는 점이 연구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시작되나
플라스틱은 그냥 사라지지 않습니다. 분해되지 않고 점점 작아질 뿐입니다.
크기가 5mm 이하로 작아진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1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극미세 입자를 나노플라스틱(nanoplastics)이라고 부릅니다. 이 입자들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음식과 물: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에서는 정수기 물이나 수돗물보다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됩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비닐 포장,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뚜껑,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에서도 입자가 떨어져 나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매주 평균 약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신용카드 한 장 무게와 비슷합니다.
공기 흡입: 합성섬유(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의류는 세탁 때마다 수십만 개의 미세섬유를 방류합니다. 이 섬유들이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가기도 하지만, 건조기와 의류 자체에서 공기 중으로도 떠오릅니다. 도심의 공기, 실내 먼지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어 호흡을 통해 들어옵니다.
피부 접촉: 일부 미용 제품의 스크럽 성분, 합성 소재 의류와의 장시간 접촉이 경로가 됩니다. 아직 피부 흡수에 관한 데이터는 제한적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경로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조리 과정: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끓는 물에 플라스틱 주전자나 용기를 사용하면 열로 인해 입자 방출이 가속됩니다.
환경 누적: 토양, 해산물, 채소까지 먹이사슬 전반에 걸쳐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미 생태계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라 출처를 단일하게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175개 태반의 데이터
베일러 의과대학의 Enrico R. Barrozo 박사팀과 보스턴 아동병원의 Kjersti Aagaard 박사가 이끈 이 연구는 175개의 태반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만삭(37주 이상) 출산의 태반 100개, 조산(37주 미만) 출산의 태반 75개입니다.
고감도 질량분석법(high-sensitivity mass spectrometry)을 활용해 각 태반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조산아 태반의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 농도는 만삭아 태반 대비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1월 30일 SMFM(모태의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고, Pregnancy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Barrozo 박사는 이 결과의 역설적인 면을 짚었습니다. 조산아는 더 짧은 임신 기간을 지냈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플라스틱이 태반에 쌓여 있었습니다. 만삭아보다 적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축적됐다는 의미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더 이른 시점에 더 가속적으로 축적이 일어났을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혈액보다 태반에 더 진한 농도가 의미하는 것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수치가 있습니다. 태반에서 측정된 미세플라스틱·나노플라스틱 농도가 기존 인간 혈액에서 측정된 수준을 초과했다는 점입니다.
혈액은 온몸을 순환하는 매체입니다. 혈중 농도가 높다는 것은 그 물질이 전신에 퍼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태반은 훨씬 더 높은 농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태반이 단순히 혈액을 통해 전달받은 플라스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혹은 수동적으로 농축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태반은 물질 전달의 필터 역할을 합니다. 어떤 물질은 통과시키고 어떤 물질은 차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나노플라스틱처럼 극히 작은 입자는 이 장벽을 통과해 태아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연구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이 경로가 임상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된 것은 없지만, 태반 내 고농도 축적 자체가 주의를 기울일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일상 노출 경로
연구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은 “어디서 들어오는 것인가”입니다.
병물(생수)이 주요 경로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 병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 그리고 뚜껑을 열고 닫는 반복적인 동작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물 속으로 섞입니다. 같은 양의 물을 마셔도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용기 대비 플라스틱 병 생수에서의 입자 수가 훨씬 많다는 비교 연구가 여러 건 있습니다.
플라스틱 도시락, 배달 용기도 빠지지 않는 경로입니다. 특히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 열에 의한 입자 용출이 증가합니다.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넣는 것, 끓는 물을 플라스틱 컵에 붓는 것 모두 같은 이유로 주의가 필요한 습관입니다.
합성섬유 의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로입니다. 폴리에스터 소재의 옷을 세탁할 때마다 마이크로파이버(미세섬유)가 배출됩니다. 이 섬유들이 건조기 필터에 쌓이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흡입됩니다. 임신 중에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므로 실내 공기 질이 더 중요해집니다.
임신 중 줄일 수 있는 것들
공포를 조성하는 것과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다릅니다. 미세플라스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노출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는 선택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물 담는 용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직접적입니다. 플라스틱 병 생수보다 가정용 정수기 물을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아 마시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하루 섭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와 열의 조합을 피하는 것도 명확한 방향입니다. 전자레인지에는 전자레인지 전용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뜨거운 음료는 가능하면 유리잔이나 도자기 컵에 담습니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때 받는 즉시 유리 그릇에 옮겨 먹는 것도 방법입니다.
세탁 시 세탁망 사용이 있습니다. 합성섬유 의류를 세탁망에 넣어 세탁하면 미세섬유 배출이 어느 정도 줄어듭니다.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지만, 실내 공기 중 섬유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내 환기도 간과하기 쉬운 항목입니다. 실내 먼지에는 다양한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됩니다. 정기적인 환기와 공기청정기 사용이 실내 입자 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이 모든 것이 임신 중 조산 위험을 얼마나 낮추는지 직접적인 데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방향은 임신 여부와 무관하게 권장되는 생활 조정입니다.
가임기 여성에게 더 의미 있는가
이번 연구는 조산아 태반에 집중했지만, 가임기 여성 전반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집니다.
태반은 임신 후 형성되지만, 태반이 형성되기 전 난자와 초기 배아 단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도의 연구 영역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호르몬 교란 물질과 함께 체내에 들어오거나, 염증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는 가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임상적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생식 건강과 환경 노출의 연결 고리는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분야입니다.
가임기 여성이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선택을 할 때, 그것이 임신을 준비하는 시기이든 아니든, 그 선택은 자신의 건강 환경을 조정하는 것과 연결됩니다.
EU AURORA 등 진행 연구
이번 SMFM 발표는 현재 진행 중인 더 큰 연구의 일부입니다.
EU AURORA 프로젝트(2021~2026)는 임신 중 환경 노출이 모체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다국가 연구입니다.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주요 노출 변수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며, 유럽 여러 나라의 임산부 코호트(동일 조건 추적 집단)를 장기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최종 데이터가 나오면 이번 연구를 훨씬 넓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이 생깁니다.
Barrozo, Aagaard 팀도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태반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태아 발달, 면역 반응, 출생 후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이번 연구는 태반이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플라스틱 농도가 혈액보다 높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답보다 질문이 많은 단계이지만, 그 질문이 임신과 생식 건강 연구의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Q. 미세플라스틱이 조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인된 건가요?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관찰 연구입니다. 조산아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더 높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조산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수석 저자 Kjersti Aagaard 박사도 ‘축적이 조산 위험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EU AURORA 프로젝트 등 후속 연구에서 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올 예정입니다.
Q. 임신 중에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완전히 없앨 수 있나요?
현실적으로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물, 음식, 의류, 실내 먼지 등 거의 모든 환경에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환경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병물 대신 유리·스테인리스 용기 사용,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지 않기, 합성섬유 세탁 시 세탁망 사용 등 작은 변화가 누적됩니다.
Q. 태반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어떻게 제거할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태반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의학적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연구는 주로 예방과 노출 감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출산 후 태반은 배출되므로 태반 내 플라스틱이 장기적으로 모체에 남지는 않습니다. 다만 임신 기간 중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