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 신바이오틱, 21일에 질 마이크로바이옴 90%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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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 신바이오틱, 21일에 질 마이크로바이옴 90% 전환

By Polly · · npj Biofilms and Microbiomes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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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미루기 쉽습니다. 증상이 없으면 괜찮은 것 같고, 조금 불편해도 말하기 어색하고, 치료를 받아도 금방 재발하면 어쩔 수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 사이에도 균 생태계는 매일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5년 《npj Biofilms and Microbiomes》(Nature 계열 저널)에 발표된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이 그 침묵을 깨는 수치를 내놓았습니다. 다균주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L. crispatus) 신바이오틱을 21일 사용한 그룹의 90%가 최적 질 마이크로바이옴 상태(CST I)로 전환됐습니다. 위약 그룹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비율은 11%였습니다(p<0.002).

질 마이크로바이옴, 5가지 상태로 나뉩니다

질 내 미생물 생태계는 ‘커뮤니티 상태 유형(Community State Type, CST)‘이라는 5가지 분류 체계로 설명됩니다.

CST I은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가 우세한 상태입니다. CST II는 L. gasseri, CST V는 L. jensenii가 주를 이룹니다. CST III은 L. iners가 많은 중간적 상태로, 안정적이지만 교란에 취약합니다. CST IV는 락토바실러스가 거의 없고 다양한 혐기성 균이 섞여 있는 상태입니다.

5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가 감염 위험, 염증 수준, 점막 보호 능력을 크게 좌우합니다. CST IV는 세균성 질증(BV), 효모 감염, 성매개감염(STI), 임신 중 조기 분만 위험과 연관이 깊습니다.

CST I이 의미하는 것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는 질 마이크로바이옴의 수호 균주로 꼽힙니다. 이 균은 세 가지 경로로 질 환경을 보호합니다.

첫째, 젖산을 분비해 pH를 4.5 이하로 유지합니다. 병원균 대부분은 이 산성 환경에서 증식하지 못합니다. 둘째, 과산화수소를 만들어 유해균에 직접 항균 작용을 합니다. 셋째, 박테리오신(bacteriocin)이라는 항균 단백질을 분비해 Gardnerella vaginalis, Candida 같은 균의 서식을 억제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가지 메커니즘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신바이오틱 사용 후 점액 분해 효소인 시알리다아제(sialidase) 유전자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p<0.05). 이 효소는 Gardnerella 같은 균이 분비해 질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층(뮤신 장벽)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발현이 줄었다는 것은 점막 보호 기능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1일에 90%, 위약은 11%

연구는 7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중 파트 A는 34명으로, L. crispatus 세 균주(LUCA103, LUCA011, LUCA009)를 1:1:1 비율로 조합한 서방형 질내 정제(VS-01)를 사용한 군(17명)과 위약군(17명)으로 나뉘었습니다.

21일 사용 후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VS-01 그룹의 90%가 CST I로 전환됐고, 위약군은 11%에 머물렀습니다(p<0.002). 균형을 깨는 대표 균종인 Gardnerella vaginalis는 유의하게 감소(p<0.05)했고, 효모 감염의 원인인 Candida 역시 236배 감소(p<0.05)했습니다. 염증 지표인 IL-1α도 유의하게 줄었습니다(p<0.01).

투여를 멈춘 이후에도 효과가 이어졌습니다. 투여 종료 14일 후(Day 35)와 30일 후(Day 51)에도 54.6%가 CST I을 유지했습니다(p<0.02 vs. 위약). 한 번 자리 잡은 L. crispatus가 생태계를 점유하면서 상태를 지속시킨 것입니다.

어디서 신호가 시작되나

세균성 질증(BV)은 전 세계 가임기 여성의 약 23~29%에서 나타납니다. 연간 치료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약 48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BV의 가장 큰 문제는 발생이 아니라 재발입니다. 항생제로 치료해도 3개월 안에 재발하는 비율이 50%를 넘습니다. 항생제가 병원균과 함께 유익균까지 줄이기 때문입니다.

효모 감염(칸디다증)도 비슷한 패턴입니다. 항진균제로 증상이 가라앉아도 마이크로바이옴이 회복되지 않으면 같은 자리를 다시 칸디다가 채웁니다.

임신 중에는 질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CST IV 상태는 조기 진통, 조기 막 파수, 임신 합병증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갱년기 여성에게 특히 의미 있는 이유

에스트로겐은 질 상피세포가 글리코겐(glycogen)을 저장하도록 돕습니다. L. crispatus를 비롯한 락토바실러스는 이 글리코겐을 먹으며 젖산을 만들어냅니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글리코겐이 줄고, 락토바실러스가 줄고, pH가 올라갑니다.

실제 수치로 보면 격차가 큽니다. 폐경 전 여성에서 락토바실러스 우세 상태 비율은 72% 수준이지만, 폐경 후에는 10%대로 떨어진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폐경 후 여성의 약 50%가 비뇨생식기 증후군(GSM, Genitourinary Syndrome of Menopause) 증상을 경험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건조감, 작열감, 반복 감염, 배뇨 불편감이 대표적입니다.

갱년기 이후 여성에게 질 마이크로바이옴 회복은 호르몬 치료를 선택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접근할 수 있는 경로입니다.

경구, 질내 좌제, 신바이오틱의 차이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다양한 전달 방식을 직접 비교했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세 균주를 경구 캡슐로 복용한 그룹, 시판 경구 프로바이오틱 그룹, 그리고 빠른 용해형 질내 캡슐 그룹 모두 서방형 질내 정제(VS-01)의 CST I 전환율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구 경로는 소화 과정에서 균이 소멸하거나 장에서 흡수되어 질 환경까지 충분한 양이 도달하지 못합니다. 서방형 정제는 히드록시프로필 메틸셀룰로스(HPMC) 기반으로 균을 천천히 방출해 질 점막에 직접 자리 잡을 시간을 확보합니다. 어떤 균을 쓰느냐만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가 결과를 결정지은 것입니다.

세 균주는 600여 종의 후보 중에서 pH 안정성, 항균 활성, Gardnerella 억제력을 기준으로 선별됐습니다. 세 균주가 함께 쓰일 때 판게놈(pangenome) 커버리지가 70.2%에 달해, 단일 균주보다 생태학적 다양성과 적응력이 높아졌습니다.

질 환경을 바꾸는 것은 며칠짜리 항생제 코스가 아닌, 생태계를 새로 채우는 일입니다. 21일이라는 기간이 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임상이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Q. 신바이오틱은 언제 시작하는 게 좋나요? 증상이 없을 때도 쓸 수 있나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질 마이크로바이옴 상태가 최적이 아니라고 느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냄새 변화, 불편감, 항생제 치료 후 재발 패턴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담 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증상보다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를 기준으로 참가자를 선정했습니다.

Q. 항생제 치료 후에 신바이오틱을 써도 되나요?

세균성 질증 치료에 항생제를 쓴 뒤 재발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항생제가 병원균과 함께 유익균도 줄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의 신바이오틱은 항생제 전처리 없이도 효과를 보였으며, 항생제 이후 마이크로바이옴 회복 보조제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항생제와의 병용 타이밍은 의료진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경구 프로바이오틱과 질내 신바이오틱은 무엇이 다른가요?

이번 연구는 두 가지를 직접 비교했습니다. 동일한 세 균주를 경구 캡슐로 복용한 그룹은 CST I 전환율이 질내 서방형 정제 그룹(90%)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소화기를 거치는 동안 균이 생존해 질 환경에 도달하는 경로가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목표 부위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 전환에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