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킨케어 87%에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EU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세안 후 바르는 그 크림. 스킨케어 루틴을 성실히 쌓아온 사람일수록 더 많이, 더 오래 사용해온 제품들. 그 안에 마이크로플라스틱(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이 들어 있을 확률은 87%입니다.
MDPI Cosmetics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 10개 중 약 9개에 합성 고분자(마이크로플라스틱)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U는 올해부터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단계적 퇴출, 어디서부터 시작하나
EU 규제의 타임라인은 세 단계입니다. 가장 먼저 적용되는 건 씻어내는 제품(워시오프)입니다. 클렌저, 스크럽, 마스크팩처럼 물로 헹구는 제품군은 2027년 10월부터 마이크로플라스틱 함유가 금지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피부에 그대로 남는 제품(리브온)입니다. 크림, 로션, 세럼, 에센스처럼 흡수를 목적으로 만든 제품들은 2029년 10월 기준이 적용됩니다.
가장 긴 유예 기간을 받은 건 메이크업, 네일, 립 카테고리입니다.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네일 폴리시, 립스틱류는 2035년 10월까지 전환 시간을 가집니다.
규제를 앞두고 먼저 움직이는 의무도 생겼습니다. 합성 고분자(SPM, Synthetic Polymers) 성분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2026년 5월 31일까지 관련 배출량을 의무 보고해야 합니다.
87%가 포함하고 있지만, 규제 대상은 4%뿐
여기서 숫자 하나를 더 봐야 합니다. 현재 EU 규제가 직접 제한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 성분은 전체의 4%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6%는 이번 규제 범위 밖에 있습니다.
이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규제가 입자 형태의 마이크로플라스틱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폴리에틸렌(Polyethylene) 비드나 나일론 파우더처럼 물에 녹지 않는 고체 형태가 1차 규제 대상입니다. 반면 폴리머 필름 형성제나 용해성 폴리머 계열은 별도 경로로 평가 중이라 이번 규제에서 빠져 있습니다.
즉, 규제 적용 제품을 쓴다고 해서 마이크로플라스틱 노출이 완전히 차단되는 건 아닙니다. 성분표를 직접 읽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피부 장벽을 지나 진피층까지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주목받는 건 환경 문제 때문만이 아닙니다. 피부에 직접 닿고, 일부는 피부 안으로 들어갑니다.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피부 장벽(각질층과 표피 세포층이 촘촘히 쌓인 보호막)을 통과해 진피층(표피 아래 콜라겐과 탄력 섬유가 있는 층)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모공 경로나 손상된 피부 부위를 통한 흡수가 특히 빠릅니다.
피부 안으로 들어간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산화 스트레스(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를 유발하고, 만성 염증 반응을 촉진합니다. 피부가 붉어지고, 탄력이 줄고, 노화가 빨라지는 경로입니다. “염증이 조금씩 쌓이면서 피부 노화를 앞당긴다”는 의미입니다.
내분비 교란(호르몬 조절 체계를 방해하는 것) 우려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일부 합성 폴리머 성분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피부 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체내로 흡수된 뒤 호르몬 신호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성분표에서 이 단어들을 찾아보세요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성분표에 직접 쓰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래 명칭들이 합성 고분자에 해당합니다.
- Polyethylene(PE): 스크럽 제품에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비드
- Polypropylene(PP): 파우더 제품 텍스처 조절에 사용
- Nylon-12, Nylon-6: 파우더 제형 피부 밀착에 활용
- Acrylates Copolymer: 리브온 제품의 필름 형성 역할
- Carbomer: 점도 조절에 광범위하게 사용
- Polyacrylamide: 헤어 및 스킨케어의 결합제
- PEG 계열(PEG-100 Stearate 등): 유화, 보습제로 다양하게 사용
Beat the Microbead라는 앱을 활용하면 바코드를 스캔해 제품 내 마이크로플라스틱 함유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200개 이상 브랜드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기준
EU 규제가 전면 적용되는 2035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 사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워시오프 제품부터 바꾸는 것. 2027년 EU 기준이 먼저 적용되는 클렌저와 스크럽은 마이크로플라스틱 프리(free) 대안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천연 각질 제거제(설탕, 소금, 오트밀 기반)나 효소 필링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둘째, 리브온 제품에서는 위 성분표 키워드를 확인하는 것. 특히 민감한 피부이거나 피부 장벽이 약해진 상태라면, 마이크로플라스틱 노출이 더 직접적으로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규제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성분을 바꾸는 선택이 더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