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개 천연 물질에서 찾아낸 피부 노화 역전 성분, D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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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개 천연 물질에서 찾아낸 피부 노화 역전 성분, DHM

By Priya · · Frontiers in 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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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노화 연구는 오랫동안 콜라겐 분해 효소를 막거나, 자외선 차단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른 방향의 접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화로 인해 ‘꺼진’ 피부 유전자를 다시 켜는 방식입니다. Frontiers in Aging에 발표된 연구는 천연 물질 중에서 이 역할을 수행하는 성분을 특정했습니다. 바로 DHM, 디하이드로미리세틴(dihydromyricetin)입니다.

DNA에 붙는 꼬리표가 피부를 늙게 만든다

피부 노화를 이해하려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유전자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 DNA 특정 위치에 메틸기(methyl group)라는 작은 분자 꼬리표가 붙기 시작합니다. 이 꼬리표가 붙은 유전자는 읽히지 않습니다. 콜라겐 합성, 세포 재생, 항산화 반응 같은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이 이렇게 하나씩 침묵하게 됩니다. 꼬리표를 붙이는 효소는 DNMT1입니다. 이 효소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피부는 더 빠르게 늙습니다.

이 과정을 ‘DNA 메틸화(methylation)‘라고 합니다. 그리고 메틸화된 유전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분석하면, 달력 나이가 아닌 생물학적 피부 나이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1,800개 물질에서 발견한 하나

연구팀은 1,800개의 천연 물질과 640개의 FDA 승인 의약품을 대상으로 DNMT1 억제 효과를 스크리닝했습니다. 그 결과 DHM이 선별됐습니다.

DHM은 덩굴차(Ampelopsis grossedentata)에서 주로 추출되는 플라보노이드(식물성 폴리페놀 화합물)입니다. 포도, 일부 베리류에도 소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DNMT1 효소를 억제해 노화로 과도하게 쌓인 메틸기 꼬리표를 제거하고, 침묵했던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50대 여성 피부에서 확인한 임상 데이터

연구팀은 50~65세 여성 19명을 대상으로 8주간 DHM 토피컬(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을 적용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구체적이었습니다. 노화와 함께 메틸화로 꺼졌던 유전자 34개가 다시 활성화됐습니다. 그 중 23개는 주름 형성과 직접 연결된 유전자들입니다. 활성화된 유전자 패턴은 젊은 피부 표피에서 관찰되는 패턴과 일치했습니다.

피부 생물학적 나이 측정에서는 여러 지표를 활용했습니다. Skin & Blood clock, 인간 표피 시계(human epidermis clock) 등 메틸화 패턴 기반의 측정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피부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 약 2년 감소했습니다. 주름 등급 예측값은 3.7년 젊어진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3D 분석에서 확인된 주름 감소

별도의 임상 연구에서는 43명을 대상으로 DHM의 주름 개선 효과를 3차원(3D) 피부 분석 장비로 측정했습니다. 이 방식은 피부 표면의 굴곡을 입체적으로 계산해 주름의 부피를 수치화합니다. 결과적으로 주름 볼륨이 최대 78% 감소했습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단기 및 반복 투여 독성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피부 노화 연구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DHM은 DNMT1 억제 외에도 RAGE(최종 당화 산물 수용체) 억제제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RAGE는 피부에 당이 결합해 단백질을 딱딱하게 만드는 당화 반응(glycation)을 매개하는 수용체로, 피부 탄력 저하와 연관됩니다. 단일 성분이 메틸화와 당화, 두 가지 노화 경로에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부 성분 연구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습니다. 콜라겐을 외부에서 채우거나 분해 효소를 막는 방식에서, 피부 세포 자체가 젊은 상태로 작동하도록 유전자 스위치를 되돌리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DHM은 그 가능성을 처음으로 임상 수준에서 보여준 성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