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리틱으로 치매 위험군의 뇌와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다, STAMINA 파일럿 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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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리틱으로 치매 위험군의 뇌와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다, STAMINA 파일럿 임상

By Beera · · eBioMedicine (Lanc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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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기억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나이 드는 징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위험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두 가지 신호가 동시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 상태의 고령자들에게 세포 노화를 제거하는 약이 뇌와 몸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 임상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좀비 세포를 지우면 기억력이 달라질 수 있다

2025년 2월 Lancet의 자매지 eBioMedicine에 발표된 STAMINA 파일럿 임상은 세노리틱(senolytic), 즉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약물 조합을 알츠하이머 위험군 고령자에게 처음 적용한 연구입니다. Hebrew SeniorLife의 Hinda and Arthur Marcus Institute 연구팀이 설계하고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지원했습니다.

노화 세포, 이른바 ‘좀비 세포’는 세포 분열을 멈췄지만 죽지 않고 남아 주변에 만성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 세포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고, 뇌를 포함한 다양한 조직의 기능 저하와 연결됩니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제거하면 염증이 줄고,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인간에서 처음 검증했습니다.

12주, 2주에 한 번씩 이틀 복용

연구 참가자는 보행 속도 1m/s 미만의 느린 걸음과 경도 인지 장애(MCI)를 동시에 가진 평균 77세 고령자 12명이었습니다.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한 사람이 알츠하이머로 진행하는 위험이 높다는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된 선발 기준입니다.

투약 방식은 간헐적이었습니다. 다사티닙 100mg과 퀘르세틴 1,250mg을 이틀 연속 복용하고 나서 12일을 쉬는 사이클을 12주간 총 6회 반복했습니다. 다사티닙은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처방약으로 지방세포 전구세포의 노화 세포 제거에 특히 효과적이고, 퀘르세틴은 혈관 내피세포의 노화 세포에 작용합니다. 두 약물을 함께 쓸 때 더 넓은 세포 유형을 커버한다는 동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조합이 선택됐습니다.

인지 점수 2점 상승, 그리고 TNF-α의 감소

전체 참가자 평균으로는 인지 기능 평가 도구인 MoCA(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점수가 1.0점 상승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저 MoCA 점수가 낮은, 즉 인지 저하가 더 심한 참가자들에서는 2.0점 유의한 상승이 확인됐습니다(p=0.04).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의 기준이 통상 1~2점임을 고려하면 주목할 수치입니다.

염증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염증 사이토카인 TNF-α가 3.0% 감소했고, IL-6는 15.5% 줄었습니다. 더 중요한 발견은 TNF-α 감소폭이 클수록 MoCA 점수 향상도 컸다는 상관관계입니다(r=-0.65, p=0.02). 이는 세노리틱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면, 그 경로가 염증 억제를 통해서일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는 데이터입니다.

이동성 지표에서는 이중 과제 보행 속도가 0.03m/s 개선되고 Timed Up and Go 시간이 약 1초 단축됐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습니다.

이중 과제 보행이 무엇인지

보행 속도 측정 중 ‘이중 과제 보행(dual task gait)‘이 핵심 지표로 활용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걷는 속도보다 동시에 생각하면서 걷는 속도가 인지 기능과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뇌의 실행 기능이 손상되면 걸으면서 동시에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먼저 떨어집니다. STAMINA가 이 지표를 포함한 것은 연구팀이 인지와 이동성의 연결 고리를 의도적으로 추적했다는 뜻입니다.

안전성, 그리고 남은 물음

12주 동안 개입과 직접 관련된 중증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진 사례 6건이 보고됐지만, 모두 경미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사티닙 복용 준수율 99%, 퀘르세틴 100%로, 참가자들이 프로토콜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연구를 이끈 Courtney L. Millar 박사는 결과를 발표하며 두 가지를 동시에 강조했습니다. 세노리틱 치료가 알츠하이머 위험군 고령자에게 잘 견딜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데이터는 아주 작은 파일럿 연구이며 우연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비교군(대조군) 없이 진행된 단일군 연구라는 점이 가장 큰 한계입니다.

처음 열린 경로

STAMINA가 의미 있는 이유는 결과 수치보다 경로에 있습니다. 세노리틱이 실제로 알츠하이머 위험군의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인간 데이터로 처음 탐색한 것, 그리고 그 경로가 TNF-α 같은 염증 지표와 인지 점수 간 상관관계를 통해 일관성 있게 보인 것입니다.

세노리틱 연구는 지금까지 관절 기능, 신장 건강, 피부 세포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뇌, 그 중에서도 치매 예방 가능성으로 방향을 튼 첫 신호를 STAMINA가 만든 것입니다. 규모가 크고 대조군이 있는 다음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연구팀 자신도 인정합니다. 그 연구가 진행될 명분을 이번 파일럿이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