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아틴 20g 8주, 알츠하이머 환자 뇌 에너지 바뀌다 CABA 임상 2026
크레아틴은 운동 보충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 인식이 맞긴 하지만, 크레아틴이 근육보다 먼저 관여하는 곳은 뇌입니다.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를 차지합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가장 먼저, 가장 광범위하게 무너지는 것도 바로 이 에너지 생산 능력입니다.
2026년 2월 Alzheimer’s & 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에 발표된 CABA(Creatine to Augment Bioenergetics in Alzheimer’s) 임상의 바이오에너지 데이터는, 크레아틴이 그 에너지 결핍을 실제로 교정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세포 수준에서 확인하려 했습니다.
뇌가 에너지를 잃으면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의 이야기로 자주 소개되지만, 그 이전에 진행되는 과정이 있습니다.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면서 ATP, 즉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 화폐가 감소합니다. 크레아틴은 이 ATP 생산 사이클에서 직접 기능합니다. 인산기를 빠르게 전달해 ATP를 재생성하는 에너지 완충재 역할입니다. 크레아틴이 알츠하이머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CABA 임상: 8주, 20g, 20명
캔자스대학교 의료센터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환자 20명(평균 연령 73.1세, 90% 아밀로이드 양성, 65% APOE4 보유)을 대상으로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 20g/일을 8주간 투여했습니다. 대조군 없이 진행된 단일 집단 파일럿 설계입니다.
2025년 5월 먼저 발표된 1차 논문은 뇌 크레아틴 변화와 인지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MR 분광법으로 측정한 결과, 참가자의 85%에서 뇌 크레아틴이 증가했고 평균 11% 상승이 확인됐습니다. 작업기억과 구두 인식 검사 점수도 유의미하게 개선됐습니다. 전반적 인지 점수와 유동 인지(fluid cognition) 모두 위약 없이 향상됐습니다.
2026년 2월 발표된 2차 논문은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세포 수준에서 에너지 대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추적한 것입니다.
세포가 달라졌다: ATP와 미토콘드리아
연구팀은 혈액에서 림프구(면역세포)와 혈소판을 채취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림프구 ATP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p < 0.001). ADP도 함께 상승했으며(p < 0.02), ATP/ADP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에너지 생산이 늘었고 소비도 함께 증가했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 대사가 활성화된 상태를 보여줍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성별 차이입니다. 여성 참가자에서 미토콘드리아 호흡 활성이 여러 측정 지점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남성 참가자에서는 이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크레아틴의 뇌 에너지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뇌 MR 분광법으로 측정한 N-아세틸아스파르테이트(NAA)와 글루타티온(GSH)은 8주 만에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지표는 장기적인 뉴런 건강과 산화 스트레스를 반영하는데, 단기간 파일럿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0g이 일반적인 용량이 아닌 이유
CABA 임상에서 사용한 20g/일은 표준적인 크레아틴 유지 용량(3~5g)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 용량은 뇌 크레아틴을 빠르게 포화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토콜로 설계됐습니다. 통상적인 로딩 단계(loading phase)와 유사한 개념으로, 근육 크레아틴 포화에 흔히 쓰이는 방식을 뇌에 적용한 것입니다.
8주 동안 이 용량을 소화한 참가자 전원이 임상을 완료했고, 보고된 부작용은 모두 경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근육통, 설사, 변비, 오심, 안면 홍조, 수면 장애가 총 13건 보고됐습니다. 심각한 이상 반응은 없었습니다.
고용량 크레아틴이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이번 임상에서 신장 관련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분이라면 이 수준의 용량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합니다.
일반 성인이 참고할 수 있는 부분
이번 임상은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20g이라는 고용량을 사용했습니다. 인지 건강에 관심 있는 일반 성인이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참고할 수 있는 맥락은 있습니다.
2024년 Frontiers in Nutrition에 발표된 메타분석(16개 RCT, 492명)은 크레아틴 보충이 기억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고 보고했습니다(SMD = 0.31). 효과는 노인층(66~76세)에서 더 뚜렷했습니다. 이 연구들에서 사용된 용량은 대부분 3~5g/일이었습니다.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는 보충제 시장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성분 중 하나입니다. 100g 기준 국내 가격은 3,000~8,000원 수준으로, 보충제 중 접근성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물에 잘 녹는 편이고, 유지 용량 3~5g은 작은 티스푼 한 번 정도입니다. 단, 이미 멀티비타민이나 다른 보충제를 복용 중이라면 크레아틴이 포함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한 후 추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순서입니다.
크레아틴과 알츠하이머, 지금 할 수 있는 말
CABA 임상은 분명한 한계를 가집니다. 대조군 없는 파일럿 연구이고, 참가자가 20명에 불과합니다. 8주라는 기간은 알츠하이머 경과를 평가하기에 짧습니다.
그럼에도 이 임상이 의미 있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경구 크레아틴 보충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크레아틴을 실제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혈액뇌장벽을 통과하는 것이 임상에서 입증됐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세포 수준에서 에너지 지표가 바뀌었습니다. ATP 수치 상승은 크레아틴이 시스템적으로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생물학적 근거입니다.
셋째, 여성에서 미토콘드리아 효과가 두드러지는 점은 향후 성별 맞춤 연구 설계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현재 연구팀은 더 큰 규모의 무작위 위약대조 임상을 설계 중입니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크레아틴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뇌 에너지 대사를 표적으로 하는 접근이 실현 가능하다는 가능성이 데이터로 열린 것은 사실입니다.
크레아틴에 대해 ‘운동 보충제’라는 단일 프레임만 남아 있다면, 이 임상이 그 프레임을 조금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