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12주 비트루트, 경동맥은 다시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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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후 12주 비트루트, 경동맥은 다시 부드러워졌다

By Polly · ·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 Heart and Circulatory Phys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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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5세 폐경 후 여성 20명. 12주 후, 경동맥은 다시 부드러워졌다.

2025년 4월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 Heart and Circulatory Physiology에 발표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평행 임상(Pinheiro, Proctor, Soares, Alvares)은 비트루트 질산염이 폐경 후 혈관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가장 긴 기간의 임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폐경이 혈관에 남기는 흔적

에스트로겐은 혈관 내피의 일산화질소 합성 효소(eNOS)를 활성화합니다. eNOS가 작동해야 일산화질소(NO)가 만들어지고, NO가 있어야 혈관 평활근이 이완되며 동맥이 유연성을 유지합니다.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 이 사슬이 끊깁니다. eNOS 활성이 줄고, NO 합성이 줄고, 혈관 벽은 점점 탄성을 잃어갑니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보내는 주요 혈관입니다. 이 혈관이 굳으면 혈압 조절이 어려워지고, 뇌로 가는 혈류의 맥동이 커져 장기적으로 뇌혈관 부담이 증가합니다.

나이가 들며 혈관이 굳는다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경동맥 경직도는 심혈관 사건 위험의 독립적 예측 인자입니다. 폐경 이후 10년 안에 여성의 심혈관 위험은 남성을 따라잡기 시작합니다.

비트루트가 우회로를 만드는 방식

식이 질산염(NO3)은 eNOS를 거치지 않습니다. 다른 경로를 씁니다.

비트루트나 시금치 같은 채소에 풍부한 질산염을 섭취하면, 소장에서 흡수된 질산염의 일부가 혈류를 타고 침샘으로 분비됩니다. 구강 안에서 혀와 치아 사이에 사는 공생 박테리아가 이 질산염을 아질산염(NO2)으로 환원합니다. 삼킨 아질산염은 위와 혈관 내피에서 NO로 전환됩니다.

이 경로는 에스트로겐과 eNOS를 완전히 건너뜁니다. 폐경 후 여성에게 식이 질산염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이번 임상에서 질산염 섭취 그룹의 혈청 질산염은 5~6배, 혈청 아질산염은 1.5~2배 상승했고 수치는 8주째 정점을 찍었습니다. 혈관 안에서 NO로 전환될 재료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구강 박테리아가 이 과정의 핵심이기 때문에, 구강 항균 세정제(마우스워시)를 매일 사용하면 이 경로가 차단됩니다. 비트루트 섭취 효과를 온전히 얻으려면 항균 구강 세정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12주 임상의 숫자

참가자들은 하루 8.8 mmol 질산염을 12주간 섭취했습니다. 절반은 질산염이 제거된 위약(ND-BEETx)을 받았고, 절반은 질산염이 풍부한 비트루트 추출물(NR-BEETx)을 받았습니다.

경동맥 경직도를 측정하는 네 가지 지표가 모두 유의하게 개선됐습니다.

  • PWVβ (맥파 속도 beta): 동맥 벽이 압력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낮을수록 혈관이 부드럽습니다.
  • β 경직도 (beta stiffness): 동맥이 부풀었다 돌아오는 탄성력. 낮을수록 좋습니다.
  • 탄성 계수 (Pressure-strain elastic modulus): 단위 압력당 혈관 벽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낮을수록 유연합니다.
  • 증폭 지수 (Augmentation Index, AIx): 반사파가 심장에 추가 부담을 주는 정도. 낮을수록 심장 부하가 적습니다.

네 지표 모두 4주, 8주, 12주 측정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됐습니다. 동맥 컴플라이언스(혈관이 혈액 용량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는 12주 시점에서 증가했습니다.

혈압 수치 자체는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경동맥 경직도가 개선됐어도 혈압이 바뀌지 않은 것은, 이 연구가 혈압보다 더 세밀한 혈관 기능 변화를 포착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리와 발의 미세순환

경동맥은 큰 혈관입니다. 이번 연구의 부가 측정에서는 미세순환에 대한 단서도 나왔습니다.

in vitro 혈관신생(angiogenesis) 실험에서 질산염 그룹의 세포는 위약 그룹보다 혈관신생이 1.8배 활발했습니다. 혈관신생은 기존 혈관에서 새 모세혈관이 자라나는 과정입니다. 다리와 발의 말초 미세순환, 피부 재생, 상처 회복에 직결됩니다.

폐경 후 여성에서 손발 저림, 냉감, 피부 재생 지연이 흔한 이유 중 하나는 말초 미세순환의 저하입니다. 비트루트 질산염이 이 부분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in vitro 실험이므로 실제 사람의 말초 순환 개선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일상에서 비트를 챙기는 법

이번 임상에서 사용한 8.8 mmol 질산염을 일상적인 식품으로 환산해보면:

  • 비트루트 주스 250~350mL: 시중 농축 비트루트 주스 250mL에는 보통 6~8 mmol 질산염이 들어 있습니다. 한 컵에서 한 컵 반이면 비슷한 수준에 가까워집니다. 단, 제품마다 농도 차이가 크므로 질산염 함량이 표기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비트루트 분말 1~2티스푼: 고농축 분말 제품은 1티스푼(약 5g)에 4~6 mmol 질산염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이나 스무디에 타서 섭취하기 간편합니다.
  • 캡슐 (NR-BEETx 계열): 임상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형태입니다. 질산염 함량이 mmol 단위로 명시된 제품을 선택하고, 일일 섭취량이 8~9 mmol에 가까운지 확인합니다.

신선한 비트루트를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간 크기 비트 하나(약 80g)에는 2~3 mmol 질산염이 들어 있어, 세 개 정도면 비슷한 수준입니다. 굽거나 삶으면 질산염이 어느 정도 손실되므로, 날것이나 주스 형태가 더 효율적입니다.

시금치, 루꼴라, 셀러리도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입니다. 비트루트를 싫어한다면 이 채소들을 조합해 일일 채소 질산염 섭취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누구에게 의미 있고 누구에게 주의가 필요한가

의미 있는 경우: 50세 이상 폐경 이후 여성으로, 혈관 건강에 관심이 있지만 특별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분들. 특히 손발 냉감, 말초 순환 불량, 혈관 노화 예방에 관심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한 경우:

  • 혈압약 복용 중: 식이 질산염은 혈관을 이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칼슘채널차단제, ACE 억제제, ARB 계열 혈압약과 병용할 때는 주치의와 먼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혈압 변화는 없었지만, 약물과의 상호작용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 성기능 장애 치료제(PDE5 억제제) 복용 중: 비아그라, 시알리스 계열과 질산염 성분의 병용은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질 수 있어 금기에 준합니다.
  • 신장 기능 저하: 만성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질산염 대사가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 고요산혈증(통풍 병력): 비트루트는 옥살산 함량이 높아 신장 결석 위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고용량 장기 섭취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임상의 참가자 수는 20명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결과가 의미 있지만, 더 큰 규모의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비트루트 질산염을 약처럼 복용하기보다, 식사에서 비트와 녹황색 채소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