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테스토스테론 신약 AVA-291, 유방 안전성 1,000배 개선 데이터 AACR 공개
FDA가 승인한 여성용 테스토스테론 제품은 2026년 현재까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수십 년간 여성 호르몬 치료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호르몬으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몸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고, 갱년기를 전후해 그 수치가 뚜렷하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처방 인프라는 거의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그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가 2026년 4월 AACR(미국암연구학회) 연차총회에서 발표됩니다. Aviva Bio가 개발 중인 AVA-291은 일반 테스토스테론의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변형해 유방 조직에서의 안전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한 화합물입니다.
여성도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여성의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보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더 높습니다. 여성의 난소와 부신에서 분비되며, 생식 가능 연령대 전반에 걸쳐 여러 생리 기능에 관여합니다.
성욕(성적 욕구)은 테스토스테론이 조절하는 가장 잘 알려진 기능입니다. 그러나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근육 합성, 골밀도 유지, 에너지 대사, 인지 기능, 그리고 기분 조절까지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신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작동합니다.
문제는 폐경 전후, 특히 40대 초중반의 이행기(perimenopause)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 시기에 성욕 감소, 피로, 근력 저하, 집중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에스트로겐 단독이 아닌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함께 일어나는 복합 변화입니다. Menopause Society(2023)는 폐경 전후 HSDD(성욕 저하 장애, 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에 테스토스테론 치료의 임상 근거가 일관되게 지지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왜 여성용 약은 0개였나
근거는 충분히 쌓였는데 왜 허가된 제품이 없을까요. 장벽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유방 안전성에 대한 우려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아로마타제라는 효소에 의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데, 이 전환이 유방 조직 내에서도 일어납니다. 국소적으로 생성된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세포 증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랫동안 FDA 승인의 장벽이 되어 왔습니다.
둘째는 용량 기준의 부재입니다. 여성용 전용 제품이 없으니, 임상 현장에서는 남성용 0.5~2% 경피 크림을 1/10에서 1/20 수준으로 나눠 오프라벨(허가 범위 외 처방)로 사용해 왔습니다. 표준화된 기준 없이 처방의사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였습니다. 미국 내 여성에게 처방되는 테스토스테론의 대부분이 이런 방식입니다.
Menopause Society와 International Menopause Society가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FDA는 여성 전용 제품에 대한 개발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제약사들이 임상 개발을 주저해 왔습니다.
d3-deuterated, 중수소 치환의 의미
AVA-291의 핵심은 분자 구조의 미세한 교체에 있습니다. 일반 테스토스테론에서 특정 위치의 수소(H) 원자를 중수소(D, deuterium)로 바꾼 것입니다. 중수소는 수소의 안정적 동위원소로 무거운 수소라고도 불리며, 방사성이 없고 독성도 없습니다.
이 치환은 한 가지 결정적 효과를 냅니다. 아로마타제가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반응을 일으키려면 C-D 결합을 끊어야 하는데, C-D 결합은 C-H 결합보다 훨씬 강합니다(동위원소 키네틱 효과). 결과적으로 아로마타제가 AVA-291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대폭 느려집니다.
중요한 것은 안드로겐 수용체 결합 능력은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분자의 모양과 크기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수용체는 AVA-291을 일반 테스토스테론과 동일하게 인식합니다. 원하는 기능(성욕, 근육, 골밀도 관련 안드로겐 수용체 작용)은 유지하면서, 유방 조직에서의 에스트로겐 전환만 억제하는 설계입니다.
1,000배 안전성 차이가 의미하는 것
AACR 2026에서 발표되는 데이터는 MCF-7(유방암 연구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세포주) 실험을 포함합니다. AVA-291은 일반 테스토스테론과 비교해 유방암 세포 증식을 자극하는 능력이 약 1,000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0배라는 수치는 단순한 개선이 아닙니다. 기존 테스토스테론의 유방 안전성 우려는 아로마타제를 통한 에스트로겐 생성에서 시작됐는데, AVA-291은 그 경로 자체를 차단하면서 세포 증식 자극 가능성을 사실상 무력화합니다. FDA가 여성 테스토스테론 개발에서 핵심 장벽으로 지목해 온 문제를 직접 해결한 데이터입니다.
FDA는 이미 2026년 1월 Type B 미팅을 통해 AVA-291의 개발 경로에 대한 공식 가이던스를 Aviva Bio에 제공했습니다. 이는 FDA가 이 화합물의 차별화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개발 과정에서 고려하겠다는 신호입니다. 임상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FDA 승인 테스토스테론 여성 치료제가 처음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갱년기 HSDD 환자의 옵션
현재 갱년기 전후 HSDD를 겪고 있는 여성에게 적용 가능한 옵션은 제한적입니다.
FDA 승인을 받은 여성 성욕 치료제로는 플리바안세린(Addyi)과 브레멜라노타이드(Vyleesi)가 있지만, 두 제품 모두 폐경 전 여성 대상이며 테스토스테론 기반이 아닙니다. 호르몬 접근이 필요한 경우 현재로서는 오프라벨 테스토스테론만 선택지입니다.
DHEA(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는 체내에서 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되는 전구물질로, 경구 또는 질 내 크림 형태로 사용됩니다. 프라스테론(Intrarosa)이 질 위축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지만, 성욕 장애 자체를 적응증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AVA-291의 1상 임상시험은 2026년 안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1상에서 안전성과 약동학을 확인하고, 이후 2상과 3상을 거쳐 FDA 승인까지는 통상 5년 이상이 걸립니다. 즉, 당장 처방 가능한 약이 아닙니다. 그러나 FDA가 개발 경로를 공식적으로 안내했다는 것은, 이전처럼 회사들이 규제 장벽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과는 다른 출발점입니다.
한국 의료에서의 위치
한국에는 여성용으로 허가된 테스토스테론 제품이 없습니다. 국내 일부 갱년기 클리닉과 기능의학 전문 의원에서는 남성용 테스토스테론 경피 크림을 소량 분할해 오프라벨로 처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용량은 남성 처방의 1/10에서 1/20 수준으로 추정하지만, 표준화된 여성용 지침이 없어 처방 편차가 큽니다.
DHEA는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보충제 형태로는 구입이 어렵고, 처방이 필요합니다. 갱년기 호르몬 대체 요법(HRT)의 경우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병합이 주류이며, 테스토스테론을 추가하는 복합 처방은 아직 표준 진료 범위 밖입니다.
AVA-291이 FDA 승인을 받고 글로벌로 출시된다면, 한국에서도 식약처 허가 절차를 통해 여성 전용 테스토스테론 제품이 처음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임상 결과에 달려 있지만, 방향 자체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Q. AVA-291은 언제 처방받을 수 있나요?
2026년 초 1상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FDA 승인까지는 통상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처방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갱년기 HSDD(성욕 저하 장애)로 고민 중이라면, 주치의와 오프라벨 경피 테스토스테론 크림 옵션에 대해 먼저 상담해볼 수 있습니다.
Q. 중수소 치환이 뭔가요? 방사성 물질 아닌가요?
중수소(deuterium)는 수소의 안정적인 동위원소로, 자연계에서도 물 분자(HDO) 형태로 존재합니다. 방사성이 없고 독성도 없습니다. 테스토스테론 분자의 특정 수소를 중수소로 바꾸면 대사 속도가 느려지고, 아로마타제 효소가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경로가 차단됩니다. 분자 구조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어 안드로겐 수용체에는 정상 작동합니다.
Q. 한국에서도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처방받을 수 있나요?
국내에는 여성용으로 허가된 테스토스테론 제품이 없습니다. 일부 의원에서는 남성용 경피 크림을 1/10~1/20 용량으로 나눠 오프라벨로 처방하는 경우가 있지만, 표준화된 용량 기준이 없어 개인차가 큽니다. 성호르몬 전구물질인 DHEA는 한국에서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처방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