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 일상의 과학
SCIENCE Deep Dive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 일상의 과학

By Ed ·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혈관 탄력은 45세 수준이고, 다른 사람은 62세 수준입니다. 둘 다 올해 53세입니다. 여권에 찍힌 숫자는 같지만, 세포가 말하는 숫자는 다릅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차이에 개입할 수 있는 일상의 과학이 무엇인지. 2026년의 장수 연구는 그 질문에 점점 구체적인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측정하는 것

DNA 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DNA 위에 붙는 화학적 표지(메틸기)의 패턴은 변합니다. 이것을 DNA 메틸화라고 부릅니다. 2013년 Steve Horvath가 발표한 최초의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는 353개의 메틸화 위치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이었습니다.

이후 GrimAge, PhenoAge 같은 2세대, 3세대 시계가 등장했고, 정확도가 높아졌습니다. GrimAge는 단순히 나이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 위험을 예측합니다.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5년 높은 사람은 심혈관 질환, 암, 전체 사망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증가를 보입니다.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측정하는 것은 유전자의 손상이 아니라 유전자의 사용 방식입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도 어떤 유전자가 켜져 있고 꺼져 있는지, 그 조절 패턴이 노화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패턴은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환경에 의해 변합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유전자가 읽히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COSMOS 시험, “4개월”이 의미하는 것

2024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COSMOS(COcoa Supplement and Multivitamin Outcomes Study) 결과가 장수 연구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95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년간 진행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시험입니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근거입니다.

매일 Centrum Silver(일반 멀티비타민)를 복용한 그룹은 위약 그룹 대비 후성유전학적 시계 기준으로 약 4개월의 노화 감속을 보였습니다. 4개월이 적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수준의 숫자가 아니라 집단 평균입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노화 가속 상태에 있던 하위 그룹, 즉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던 사람들에서 효과가 더 컸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면서 중요합니다. 이미 잘 관리하고 있는 사람에게 멀티비타민 한 알은 극적인 변화를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양 갭이 존재하는 사람, 식단이 불규칙한 사람, 미량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노화가 가속되는 사람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개입이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월 1~2만 원의 멀티비타민이 고가의 장수 프로토콜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항목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복용 중인 복합제가 있다면, 그 함량이 적정한지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산화질소 경로와 40대 이후의 근육

혈관 내피 세포가 생산하는 산화질소(NO)는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개선하며, 혈소판 응집을 억제합니다. 문제는 이 생산 능력이 나이와 함께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40대에 접어들면 산화질소 생산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이것이 혈압 상승, 운동 능력 저하, 근육 기능 감퇴와 연결됩니다.

최근 발표된 12주 무작위 대조 시험은 이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 폐경 후 여성 20명을 대상으로 매일 548mg의 질산염(비트루트 주스 약 200ml에 해당)을 12주간 공급한 결과, 근육의 질(muscle quality)힘 발생 속도(rate of force development, RFD)가 유의미하게 개선됐습니다.

RFD는 특히 주목할 지표입니다. 근력 자체보다 힘을 빠르게 생성하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이것이 낙상 예방과 직접 연결됩니다. 넘어질 때 몸을 잡는 것은 최대 근력이 아니라 순간적인 힘 발생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질산염이 작동하는 경로는 이렇습니다. 음식으로 섭취한 질산염은 구강 내 세균에 의해 아질산염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체내에서 산화질소가 됩니다. 내피 세포의 산화질소 생산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 질산염-아질산염-NO 경로가 보완적 공급원 역할을 합니다.

비트루트 외에도 시금치, 루콜라(로켓), 셀러리에 질산염이 풍부합니다. 농축 비트루트 주스는 제품에 따라 1회분에 400~800mg 질산염을 제공하며, 가격은 1회분당 1,000~2,000원 수준입니다.

스퍼미딘과 세포 청소의 양면

스퍼미딘(spermidine)은 밀 배아, 숙성 치즈, 버섯, 두류에 들어 있는 폴리아민(세포 성장 조절 물질)입니다. 이 분자가 장수 연구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자가포식(autophagy)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자기 내부의 손상된 단백질과 소기관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청소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활발할수록 세포는 더 오래 건강하게 기능합니다.

2026년 도쿄 과학대학이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에 발표한 연구는 스퍼미딘의 작동 방식에 새로운 층위를 더했습니다. 스퍼미딘이 활성화하는 단백질 eIF5A에 두 가지 형태(eIF5A1, eIF5A2)가 있는데, eIF5A1은 정상 세포 기능과 자가포식을 촉진하고 eIF5A2는 특정 암 세포의 성장과 연관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퍼미딘이 위험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식이를 통해 섭취하는 수준의 스퍼미딘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인간 데이터는 없으며, 오히려 역학 연구에서 스퍼미딘 섭취가 높은 집단의 심혈관 사망률이 낮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 발견의 의미는 다릅니다. 고농도 보충제로 대량 섭취하는 것과 음식으로 적정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 사이에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밀 배아 1~2테이블스푼(약 5~10mg 스퍼미딘)을 아침 시리얼이나 요거트에 섞는 것, 숙성 치즈를 식단에 포함하는 것. 이것이 현재 근거가 지지하는 수준의 접근입니다.

일상의 선택이라는 통합 프레임

COSMOS의 멀티비타민, 비트루트의 질산염, 스퍼미딘의 자가포식 촉진. 이 세 가지 발견은 서로 다른 연구, 다른 메커니즘, 다른 대상에서 나왔지만 공통된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생물학적 나이는 거대한 단일 개입이 아니라, 일상적 선택의 누적으로 움직입니다.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보여주는 것은 이것입니다. 유전자는 고정이지만, 유전자의 발현 패턴은 유동적입니다. 그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특별한 약물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식사, 수면, 움직임입니다.

이것을 프로토콜이나 처방으로 만드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다만 원칙은 분명합니다.

첫째, 기본적인 영양 갭부터 확인합니다. 이미 복용 중인 복합제의 함량을 점검하고, 부족한 미량 영양소가 없는지 살핍니다. COSMOS가 보여준 것처럼, 가장 기본적인 개입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째, 산화질소 경로를 식탁에서 지원합니다. 비트루트, 시금치, 루콜라 같은 질산염 풍부 채소를 주 3~4회 식단에 포함하는 것만으로 혈관과 근육 기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세포 청소 시스템을 음식으로 돕습니다. 스퍼미딘이 풍부한 밀 배아, 숙성 치즈, 두류를 의식적으로 식단에 넣는 것. 고농도 보충제보다 음식이 우선입니다.

이 세 가지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고가의 장비도, 처방도, 복잡한 프로토콜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요점입니다. 생물학적 시계를 움직이는 것은 대부분 평범한 선택의 반복입니다.

여권에 찍힌 나이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하지만 세포의 시계는 양방향입니다. 그 시계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오늘 저녁 식탁 위에 비트루트가 있는지, 아침에 밀 배아 한 스푼을 넣었는지, 기본적인 영양이 채워져 있는지 같은 작은 질문들의 합입니다.